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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중지(判斷中止)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3마리의 ‘개(犬)’가 있다.”라는 진담 같은 농담이 있다. 선입견, 편견, 그리고 참견이다. 불완전한 판단에 기초하여 타인에 대한 충고, 평가, 비난, 정죄(定罪), 참견 등 오해와 불신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주로 감각기관을 통하여 내린 인간의 판단은 불완전한 인식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생각에도 반론(反論)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회의론자들은 판단을 중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다만 이것저것 알 수 있는데 불과하다. 판단중지는 멈춘다는 의미인데, 그들이 보통 멈춘다고 했을 때는 논리의 전개를 멈추라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모든 의견·결정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판단중지(epoché)의 요점이다.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E. Hu..

좋은글·시 2021.05.25

봄꽃이 아름다운 까닭(성숙불씨 730호)

봄꽃이 아름다운 까닭 이택호(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내가[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이 고향을 그리며 부르던 이다. 이 중에서도 살구꽃은 복숭아꽃, 진달래꽃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진달래꽃이 피고 난 후 벚꽃에 연이어 살구꽃이 핀다. 4월쯤에 피어나는 담홍색의 살구꽃이 나무 가득 피어난다. 본격적으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이기도 하다. 옛 시골의 고향 마을 풍경을 떠올리면 으레 살구꽃이 핀 모습이 보인다. 소박하게 둘러쳐진 흙담 뒤덮듯 피어난 연분홍 살구꽃이 장관을 이룬 모습이 떠오른다. 조선 숙종 때 거제도에 귀양을 가서..

좋은글·시 2021.04.07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스티븐슨(Robert L. Stevenson, 1850~1894)의 단편 소설로 빅토리아시대의 사회상과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자 이중인격을 표현한 매체들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린이용 동화나 영화로 여러 번 각색되었고 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매년 공연되고 있어서 소설의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공 지킬(Henry Jekyll) 박사는 인간의 몸에 선과 악, 천사와 악마의 두 가지의 본능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여러 실험 끝에 신묘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마시고 자신의 인격을 분리하는 일에 성공한다. 하나는 바로 원래의 의사 지킬 박사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절대 악의 분신인 하이디(..

좋은글·시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