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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일산테스 2021. 2. 17. 05:19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스티븐슨(Robert L. Stevenson, 1850~1894)의 단편 소설로 빅토리아시대의 사회상과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자 이중인격을 표현한 매체들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린이용 동화나 영화로 여러 번 각색되었고 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매년 공연되고 있어서 소설의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공 지킬(Henry Jekyll) 박사는 인간의 몸에 선과 악, 천사와 악마의 두 가지의 본능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여러 실험 끝에 신묘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마시고 자신의 인격을 분리하는 일에 성공한다. 하나는 바로 원래의 의사 지킬 박사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절대 악의 분신인 하이디(Edward Hyde) 씨이다.

 

낮에는 지킬의 모습을 유지하며 친절한 신사로서 병을 고치고 선행을 하지만, 밤이 되면 하이드로 변신해 폭행과 방화 살인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런던 경시청은 하이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추적하지만 오리무중이다. 실험의 성공에 고무되어 지킬 박사는 더욱 많은 약물을 만들어 마셔서 자주 하이드로 변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마침내는 지킬 박사는 본래의 인격과 마음을 상실하고 그냥 사악한 하이드로 생을 마감한다.

 

자 그러면 묻게 된다. “소설 속에서 지킬 박사가 만든 신묘한 약물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악마 하이드 씨가 천사 지킬로 되돌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런데 그 약효는 왜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가?”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하는 실천이성으로써, 양심의 가책이나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지만, 악행의 중독성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인간의 한계이며 운명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이성에 호소하고 과학의 힘을 빌린다 해도 지킬 박사가 하이드 씨로 생을 마감하는 퇴화의 과정은 면치 못하지만, 그 속도는 줄일 수 있다. 결국 인간 본성의 성악설(性惡說)’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븐슨의 논리에 충실하다면 그렇게 된다.

 

물리학에서 열역학 제2 법칙으로서 엔트로피 법칙이란 것이 있다. 엔트로피 법칙은 비단 물리학에서만이 아니라 학문, 스포츠, 예술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자연과 물질계의 모든 변화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질서에서 무질서의 상태로 퇴화하고 붕괴하고 부패한다. 그러나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생물은 죽어서 썩고 쇠는 녹이 슨다.

 

오늘날 우리는 하이드 씨의 만행이나 범죄가 소설보다 더 소설답고, 악랄하고, 잔인하게 발생하는 현실을 본다. 비인간화의 엔트로피 현상이 만연하다.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 폭행하여 치사케 하는 패륜과 경연대회 출전한 가수와 체육계의 스타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판명되어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중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거짓에 기초한 파당적 증오심으로 선과 악의 상식적 기준을 무너뜨리고, 상대방에게 반인륜적 범죄의 가해자로 몰아 정죄하는 각종 음모론이 돌고 있다. 모두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다. 특히 아동 납치, 인신매매(trafficking), 소아성애(pedophilia), 이와 관련한 불로장생약 아드레노크롬(adrenochrome)의 추출, 인신 공양의 오컬트 신비주의 의식 등 반인륜적 범죄가 소설처럼 들린다. 인간의 악마성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제일성(the uniformity of Nature)이나 인과율(causality)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이다. 초월적 신비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인간의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설적 진리의 법칙을 믿고, 부패의 엔트로피 법칙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오늘도 감성과 이성보다는 영성이 충만한 성숙한 사회를 꿈꾼다.

 

- 철학문화연구소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성숙의 불씨> 723(2021. 02.16.)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성숙72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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