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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 미국 대선 왜 저래?"

일산테스 2020. 11. 3. 14:32

오늘이 미국 대선 D-1일, H-14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지지자와 반대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사람마다, 진영마다 사뭇 다르다. 지지자에겐 그의 장점만, 반대자에겐 그의 단점만 부각된다. 그래서 여론조사의 내용이 극과 극이다. 짜깁기식 편집의 오류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과 방송 매체들(NYT, WP, WSJ, CNN, NBC, ABC)은 민주당 후보 Joe Biden의 승리가 확실하며 8~12%의 리드를 예측한다. 그러나 NP, Fox News, 라스무센 리포트, 트라팔가르 그룹, JP 모건 등의 분석은 공화당 후보 Donald Trump의 선전이나 우세를 예측한다.

여기서 테스형에게 묻고자 한다. “미국 대선 왜 저래?” 테스형은 가수 나훈아 씨가 금년도 KBS의 추석 특집 공연 ‘대한민국 Again!’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 BC. 469~BC. 399)를 두고 그렇게 불렀다.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을 노래하여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를 다시 생각나게 했다.

저세상에 먼저 간 테스형이 답할 리가 없다. 그가 살아있다 해도 답을 주지 않는다. 그는 계속 질문만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질의응답식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답을 얻게 된다. 그는 연역과 귀납 추론 질문을 자유롭고 능숙하게 이어가며 일반법칙에서 특수한 현상까지 스무고개 하듯이 질문한다. 유개념에 종차(種差)를 부여하며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게 하고, 특수한 현상들을 열거하여 상대에게 귀납적 비약을 유도한다. 마치 산파가 산모를 도와서 아기를 받아내듯이.

인간은 합리적인 질문에 합리적으로 답할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과 세상을 알 수 있다고 본다. 답을 다른 사람에게 구하지 말고(不求諸人) 너 자신에게서 구하라(求諸己)고 충고한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아라! (Know thyself!)”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 대선 왜 저래?”라고 소크라테스에게 물으면 그는 질문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제도의 특성은 무엇인가?” 간접선거와 승자독식(winner-takes-all)이라고 답하면 1인 1표의 직접선거와의 차이점을 물을 것이다. 50개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석수 100석, 각주 인구비례 하원의석수 435석, Washington, DC 3석을 합친 숫자의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민주당 고정 텃밭인 캘리포니아의 55석이나 공화당 텃밭의 텍사스의 38석과 경합지역(Swing State)의 1석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두 자릿수의 지지율과 한 자릿수의 지지율의 차이를 산술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를 전국 평균 9.3%를 이기고도 실제 선거에서 선거인단 확보 224 : 304로 트럼프에게 패했다.

테스형은 미국 국민의 투표성향과 과거의 경험치를 물어볼 것이다. Stony Brook 대학의 Helmut Norpoth 교수의 ‘Primary-Model’에 의하면, 당내 경선 75% 이상을 얻는 후보가 재선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 4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졌는가?”를 물어서 40% 이상 얻으면 재선에 성공한다는 갤럽조사의 선례를 말해주면, 테스형은 말할 것이다. “너 자신을 알아라!“ ”求諸人하지 말고 求諸己하라.“ 설문에 소극적인 사람들의 속내까지도 알아보고 판단하라고 말할 것이다.

이 모든 담론이 하루 지나면 다 심판을 받을 것이다. 좀 더 냉철해지자.

 

-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성숙의 불씨‘ 708호(2020. 11. 3)

테스형에게 묻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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