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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불씨' 700호에 담아본 성숙의 의미

일산테스 2020. 9. 9. 13:24

'성숙의 불씨' 700호에 담아본 성숙의 의미
- 이택호(육사 명예교수)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이 매주 화요일 독자들에게 전송하는 '성숙의 불씨'가 오늘로써 700호를 맞는다. 이 불씨의 제1호는 2007년 7월 5일 엄정식 교수님의 '성숙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점화되었다. 엄 교수님은 이 역사적인 불씨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행복은 성숙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동시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한 인간은 합리적인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또한 그 성과를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숙의 작은 불씨를 살려 보는 것은 행복을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인 셈이다."

행복을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을 뗀 지 13년이 지난 오늘 '성숙의 불씨' 700호를 맞이하여 성숙의 의미를 상고해보고자 한다. 제임스(William James)의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습관이 변한다. 습관이 변하면 인격이 변하고, 인격이 변하면 운명이 변한다. 변한 운명은 인생을 바꾼다"라는 말은 성숙의 과정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복으로 나아가는 여정으로서 '성숙의 불씨'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지렛대의 구실을 한다. 문제는 무엇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일 수 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고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장애가 되는 두 걸림돌이 있다.

두 걸림돌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와 확증편향(conformation bias)이다. '인지 부조화'란 기존의 믿음, 생각, 가치 등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한다. 불일치를 겪고 있는 개인은 심리적으로 불편해질 것이며, 이런 불일치를 줄이려 하거나, 불일치를 증가시키는 행동을 피할 것이다. 이때 공격성, 합리화, 퇴행, 고착, 체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확증편향'은 일반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대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하는 편파적인 정보의 수용 현상이다. 한자성어로 말하면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적합하다. 확증편향에 의한 아전인수식 사고는 스스로가 이러한 판단을 참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거짓임을 뻔히 알지만 남을 속이고자 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나 과장하는 침소봉대(針小棒大)와는 다르다. 어떤 정보를 신뢰하고 불신하는가에 따라 같은 정보들을 주더라도 결론이 다를 수 있다.

확실히 인지 부조화 현상과 확증 편향성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생각과 행동의 걸림돌이 틀림없다. 비록 오늘로써 700회의 '성숙의 불씨'를 내보내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만큼이나 바뀌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그래도 '성숙의 불씨'를 계속 지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불씨를 피워서 이 장애물들을 태워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성숙의 불씨'를 지피는 일은 '콩나물 물주기'와 흡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그대로 빠져나간다. 물 주는 것이 헛수고인 듯해도 콩나물은 자란다. 단지, 물 주는 방식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성숙의 불씨> 700호(202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