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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새해에 심는 성숙의 불씨

일산테스 2021. 1. 7. 02:09

성숙불씨 717호-신축년 새해의 성숙불씨.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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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새해에 심는 성숙의 불씨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해의 각오’, ‘신년의 결심’, 혹은 새해의 덕담이란 형식으로 새 출발의 의미를 찾는다. 연초에 생각의 씨앗을 잘 심어야 그해 삶의 농사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띠 해의 상징으로 알려진 다양한 생각들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 이를 성숙의 불씨로 심고자 한다.

 

소는 농경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으며, 사람을 위해 일해왔으며, 사람을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었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 1892~1950) 선생은 소띠해인 1925년 을축년(乙丑年) 새해 초에 조선문단<우덕송(牛德頌)>이라는 수필을 발표, 소의 덕()을 아래와 같이 기렸다.

 

[]는 말의 못 믿음성도 없고, 여우의 간교함, 사자의 교만함, 호랑이의 엉큼스러움, 곰의 듬직하기는 하지만 무지한 것, 코끼리의 능글능글함, 기린의 오입쟁이 같음, 하마의 못생기고 제 몸 잘못 거둠, 이런 것이 다 없고, 어디로 보더라도 덕성스럽고 복성스럽다.” (중략소는 동물 중에서도 인도주의자다. 동물 중의 부처요, 성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만물이 점점 고등하게 진화돼 가다가 소가 된 것이며, 소 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거니와, 아마 소는 사람이 동물성을 잃어버리고 신성에 달하기 위해 가장 본받을 선생이다.”

 

지난 1년간 우리 국민은 코비드-19의 팬데믹에서 삶의 리듬과 활력을 잃고 방황하며 지내왔다. 코로나 백신의 개발과 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종식할 유일한 방안으로 백신(vaccine) 개발에 전 세계인이 희망을 걸고 있는데, 이 백신(vaccine)이란 말이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태도와 언어 행위가 다른 사람의 질고를 해결해주는 행복 백신혹은 행복 바이러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 백신이란 소의 울음소리에 내재한 말 없는 가르침(無言之敎)’인데 우리는 이를 배워야 한다. 송아지가 어미 소를 찾는 소리 ~~’의 신비를 알아야 한다. 이 소리는 7음계 솔(sol)에서 반음 내린 중저음의 톤으로 들린다. 이 소리는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이며 인간이 메시아를 찾는 간구의 소리로 간주한다. 이 음정의 소리는 사랑과 칭찬의 음성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말이라도 고음의 빠른 목소리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비난과 문책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필자의 메라비언의 법칙<성숙의 불씨> 565(2018. 1. 23)를 참조]

 

소에 대한 부정적 의미로 쇠귀에 경() 읽기라든가 황소고집이란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화 불가능한 고집과 편견이 심한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환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과 논쟁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잘 알겠소”, “그렇게 하소”, “부디 행복하소등의 ‘~하소투로 대응하는 일도 행복 백신이나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신축년(辛丑年) 새해엔 소가 지닌 타고난 생태적 성질과 그로부터 유래한 사회문화적인 특성과 덕목들이 우리의 삶 속에 더욱 깊게 자리 잡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히 흰 소해의 영험함을 품은 올해에는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행복의 백신 혹은 행복 바이러스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철학문화연구소 <성숙의 불씨> 717(2021. 1. 5)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