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새해에 심는 성숙의 불씨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해의 각오’, ‘신년의 결심’, 혹은 ‘새해의 덕담’이란 형식으로 새 출발의 의미를 찾는다. 연초에 생각의 씨앗을 잘 심어야 그해 삶의 농사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띠 해의 상징으로 알려진 다양한 생각들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 이를 성숙의 불씨로 심고자 한다.
소는 농경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으며, 사람을 위해 일해왔으며, 사람을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었다.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 1892~1950) 선생은 소띠해인 1925년 을축년(乙丑年) 새해 초에 《조선문단》에 <우덕송(牛德頌)>이라는 수필을 발표, 소의 덕(德)을 아래와 같이 기렸다.
“그[소]는 말의 못 믿음성도 없고, 여우의 간교함, 사자의 교만함, 호랑이의 엉큼스러움, 곰의 듬직하기는 하지만 무지한 것, 코끼리의 능글능글함, 기린의 오입쟁이 같음, 하마의 못생기고 제 몸 잘못 거둠, 이런 것이 다 없고, 어디로 보더라도 덕성스럽고 복성스럽다.” (중략) “소는 동물 중에서도 인도주의자다. 동물 중의 부처요, 성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만물이 점점 고등하게 진화돼 가다가 소가 된 것이며, 소 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거니와, 아마 소는 사람이 동물성을 잃어버리고 신성에 달하기 위해 가장 본받을 선생이다.”
지난 1년간 우리 국민은 코비드-19의 팬데믹에서 삶의 리듬과 활력을 잃고 방황하며 지내왔다. 코로나 백신의 개발과 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종식할 유일한 방안으로 백신(vaccine) 개발에 전 세계인이 희망을 걸고 있는데, 이 백신(vaccine)이란 말이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태도와 언어 행위가 다른 사람의 질고를 해결해주는 ‘행복 백신’ 혹은 ‘행복 바이러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 백신이란 소의 울음소리에 내재한 ‘말 없는 가르침(無言之敎)’인데 우리는 이를 배워야 한다. 송아지가 어미 소를 찾는 소리 ‘음~메~’의 신비를 알아야 한다. 이 소리는 7음계 솔(sol)에서 반음 내린 중저음의 톤으로 들린다. 이 소리는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이며 인간이 메시아를 찾는 간구의 소리로 간주한다. 이 음정의 소리는 사랑과 칭찬의 음성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말이라도 고음의 빠른 목소리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비난과 문책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필자의 “메라비언의 법칙”<성숙의 불씨> 565호(2018. 1. 23)를 참조]
소에 대한 부정적 의미로 ‘쇠귀에 경(經) 읽기’라든가 ‘황소고집’이란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화 불가능한 고집과 편견이 심한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환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과 논쟁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잘 알겠소”, “그렇게 하소”, “부디 행복하소“ 등의 ‘~하소’투로 대응하는 일도 행복 백신이나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신축년(辛丑年) 새해엔 소가 지닌 타고난 생태적 성질과 그로부터 유래한 사회문화적인 특성과 덕목들이 우리의 삶 속에 더욱 깊게 자리 잡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히 ‘흰 소해’의 영험함을 품은 올해에는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행복의 백신 혹은 행복 바이러스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철학문화연구소 <성숙의 불씨> 717호(2021. 1. 5)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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