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이택호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리더십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고 넓다. 그러나 리더의 조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더라도, 리더의 인간성(인격, 됨됨이)과 직무수행능력(실력, 전문성)은 남을 것이다. 직무수행능력의 필요조건도 논의의 끝이 없으므로 리더의 전문성으로 압축해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전문성과 관련한 논의를 "리더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로 줄이면, "리더는 제일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지성의 선진들은 “너 자신을 알아라”,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다른 이에게 충고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나 자신을 아는 일이다”, 혹은 “네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이의 눈 안에 있는 티끌만 보느냐‘ 등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논어』의 ’추기급인’(推己及人)과 ’내성외왕‘(內聖外王)이나 『대학』의 ’혈구지도‘(絜矩之道)도 알고 보면 완성된 인격자인 자신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도력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자신을 알아가는 소통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
1950년대 심리학자 루프트(Joseph Luft)와 잉햄(Harry Ingham)이 고안하여 그들의 이름을 결합한 ”조해리의 창(The Johari’s Window)“ 혹은 ’마음의 4가지 창‘을 잘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내 마음의 상태에는 (1) 나도 알고 있고 상대도 아는 나 자신의 영역인 ‘열린 창’(public window: 공공영역), (2)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에게는 숨기고 있는 나의 영역인 ‘숨겨진 창’(private window: 사적 영역), (3) 상대는 잘 아는데 나만 모르는 나 자신의 영역인 ‘보이지 않는 창’(blind window: 맹목 영역), (4)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영역인 ‘모르는 창’(unknown window: 미지영역) 등 4개의 창이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자신을 아는 정도가 {(1)+(2)+(3)<(4)}라고 보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나도 모르고 상대도 모른 나 자신의 영역 (4)에 비교해 너와 나에게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인격자는 {(2)+(3)}을 확장하고 (4)의 영역을 줄여가는 자기 수양과 인식의 확장에서 뛰어난 사람일 것이다.
먼저 (2) 영역을 확대하는 길은 대인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다. 다양한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석하여 발표, 토론 및 투고 등으로 적극적으로 자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
(3)의 영역을 확대하는 길은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상대방의 비판적 견해도 수용할 수 있는 경청(傾聽)의 기술에 달려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2)보다 (3)이 더 중요하다. 청(聽)자를 파자로 보면 귀[耳]를 왕[王]처럼, 그루터기처럼 중요시하고,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잘해야 하는데, 이때 눈[目]은 열[十] 배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함으로써 말하는 상대와 듣는 내가 한마음[一心]을 이루는 것이다.
대중가요의 한 가사처럼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혹은 "네가 너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를 음미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그 잣대로 나 자신을 다듬어가는 성숙한 시민의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철학문화 연구소> ’성숙의 불씨‘ 618호 원고(2019.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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