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트럼프의 '빅딜 전략‘(성숙의 불씨 625호)

일산테스 2019. 4. 2. 15:07

트럼프의 '빅딜 전략

이택호(육사 명예교수)

   329(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한쪽 분량의 문서(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으며, 모두 미국으로 넘기라는(transfer) 요구를 했다라는 사실까지 공개되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영토로 반출하라는 요구로 보여 주목된다. ‘물릴 수 없는 완벽한 비핵화(CVID)’ 요구이다.
   이는 분명히 트럼프의 빅딜(big deal)‘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우리의 언론과 평론가들은 트럼프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소위 스몰 딜이니 ‘good enough deal’이니 운운하면서, 현 수준에서 북한의 핵 동결을 인정하고 미국 본토 공격용 탄도미사일만 제거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전문가들이 분석의 근거로 제시한 이유를 보면 소위 허수아비 때리기식 논리의 오류(straw man fallacy)’를 범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트럼프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을 토대로 그의 말이나 행동을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그를 공격하는 방식의 주장을 편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로서 워싱턴 정가에 굴러들어온 돌이다. 기존의 정치, 경제, 언론 재벌의 기득권자들이 볼 때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 잡는 일과 흡사한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부당한 거래나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음이 틀림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식이다.
   소위 러시아 스캔들로 특검을 시작하여 트럼프를 탄핵하려고 했으나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324(현지시각) 제출한 수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 대선 기간에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의 공모는 없었고 또,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공모, 내통 혐의는 찾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트럼프는 만루 홈런을 친 셈이다. 이제는 북핵 문제에 더욱 적극적이고 강경한 자세로 임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와 일본 열도 주변에 몰려온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을 보면 2017년 후반기의 한반도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 트럼프의 전략이 북한의 블록체인지(친중에서 친미)’에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로 바뀌고 있다.
   지난 2년간 트럼프의 동아시아의 안보전략을 보면 三十六計의 지혜와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것 같이 보인다. 삼십륙계孫子兵法, 戰國策, 三國志演義등 중국의 여러 병법서와 전쟁사의 전술, 전략 등 36개를 여섯 단계로 구분하여 모은 책이다.
   먼저 부저추신(釜底推薪)의 계책이 있다. 가마솥의 펄펄 끓는 물에 손대지 않고 아궁이의 땔감을 치우는 전략인데, 강력한 무력시위와 경제제재로 북한의 핵 도발을 서서히 멈추게 했다.
   상옥추제(上屋推梯)의 계책을 보면 적을 지붕 위로 올리고 사다리를 치우는 방식으로, 김정은을 칭찬하면서 절친이라 추켜세우지만, 곧 사다리 없는 지붕 위의 고립무원의 신세가 될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주변의 친중 국가에 대한 금융제재로 김정은의 뒷배인 시진핑을 무력화하고 결국 김정은의 사다리를 치운다. 하노이 회담에서 노딜로서 이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종잡을 수 없는 발언과 언행으로 빈축을 샀다. 6성동격서(聲東擊西)’로 반대자들이 결국은 트럼프의 의도대로 주장하게 하는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을 구사하여 성공한 셈이다. 그의 본질을 직관하는 통찰력(insight)과 미래를 보는 예지력(foresight)이 놀랍다.

철학과 현실<성숙의 불씨> 625(2019. 4. 2)의 원고


트럼프의 -빅딜 전략-(성숙불씨625).hwp
0.09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