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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발사체’와 미사일 시비(성숙불씨632)

일산테스 2019. 5. 21. 10:56

불상의 발사체와 미사일 시비

이택호(육사 명예교수)

지난 54일과 9일에 북한은 연이어 두 차례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발사 실험했다. 국방부는 이를 두고 발사체’, 혹은 불상의 발사체를 발사한 통상적인 훈련이라 평함으로써 미사일과 발사체의 진실게임을 촉발했고 시중에 부처님이 휴거하는 불쌍한 발사체농담도 생겨났다.

54일 호도반도에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하에 화력 타격훈련을 했고 한국의 국방부는 처음에는 미사일 발사라 했다가 곧 발사체로 수정 발표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전술 유도무기라고 했고, 미국 정부는 ICBM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하면서 애써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59일에는 북한 서북지역에서 동해로 2발의 전술 유도무기를 발사했다. 미국의 반응도 미지근하고 우리 정부도 애써서 발사체라고 하니 보란 듯이 다시 보여줬다. 그것은 사거리로 볼 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알고 보면 더 위험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발사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그렇다면 발사체와 미사일 시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탄도미사일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2017. 12. 23)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고 미국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셈이 된다.

정치적 해석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왜 북한을 자꾸 감싸고 있는지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보면 북한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는 유도무기이기 때문에 영어로 미사일이고, 자체 추진력이나 유도기능이 미사일과 유사하지만, 전형적인 탄도미사일과도 다른 점에 고민이 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시 입력한 궤도의 수정 없이 목표로 날아간다. 순항미사일은 궤도를 자체 수정하고 비행하면서 목표로 날아간다. 이 두 가지 특징을 다 만족한다면 이번의 발사체를 불상의 발사체라고 발표한 것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전술 유도무기가 외관상 우리의 현무-2와 비슷하고 러시아 이스칸데르의 개량형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현무-2와 닮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우리의 기술을 해킹해서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편 북한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를 북한의 KN-02 ‘독사중거리 탄도미사일형태로 개량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뒤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여 패트리엇(PAC-3)이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불상의 발사체와 미사일 시비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그것의 사거리로 단거리와 장거리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일 이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잠수함에 장착하고 잠행하여 우리의 해안이나 미국 본토 가까이에 접근하여 타격전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201828일 북한의 건군절에 선보였던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것을 개량 발전시켜 SLBM으로 운용한다면 하노이회담 후 미국의 셈법이 틀렸는데 우리는 2019년 연말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북한의 호언장담이 허언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는 결코 불쌍한 발사체가 아니다.

철학문화연구소 <성숙의 불씨 632호>(201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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