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과 위안이 되는 거짓말
현직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고발이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이후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배우 오달수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KBS의 보도로 7년 전 남수단에 파견되었던 수원교구 정의사제단 소속의 한 모 신부가 현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문을 잠그고 여성신도 성폭행을 시도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어제 3월 5일, 현 정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시 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여자 수행 비서를 지난 8개월간 수차 성폭행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미투 운동’이 봇물처럼 번지고 있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폭로 때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 아침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연합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등 여성인권단체들이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사건 진상규명 촉구' 집회와 동시에 전국 14개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기자회견 했다는 것은 이미 사전에 다 짜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입장에 따라서는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고 ‘위안이 되는 거짓말‘일 수도 있다. 연극, 예술계, 종교계, 정치계 등지에서 피해 여성들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고등학교 친구를 비롯한 좌파 인사들의 성폭행, 성추행 전력들이 연쇄적으로 폭로되고 있는데도 서 검사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벌떼같이 일어났던 여성단체들이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미투 공작설‘이 나돌고 있다. (“고은-이윤택 사태에 침묵하는 여성단체들”, 2월 20일 <월간조선 뉴스룸>, <펜앤드마이크> 관련 기사 참조)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정파 간에 갈등이 고조되어 서로의 상반된 주장을 ‘가짜 뉴스’ 혹은 ‘유언비어’라고 매도하고 비난하는 가운데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병리적인 현상이 소위 ‘리플리 증후군’ 혹은 ‘인지부조화 현상’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을 할 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학위를 속이거나 부자인 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을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공상적 허언증 환자를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환자라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이용해 리플리 증후군을 설명하기도 한다. 신념 간 혹은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생기는 현상이 있다.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가 불편하듯이 인지 간의 불일치가 불편하므로 사람들은 이 불일치를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버릇처럼 거짓말하고 지속적으로 이것을 참이라고 믿는 일이 발생한다. 만일 이러한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 대화와 평화를 말한다고 한다면, ‘불편한 진실’과 ‘위로가 되는 거짓말’ 사이에서 인권은 유린되고 전쟁은 평화의 수단이 되지 않고 목적이 될 것이다. 공작이 아닌 진정한 ’미투 운동‘으로 이 땅에서 여성의 인권이 지켜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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