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성숙의 불씨)

일산테스 2012. 8. 21. 06:30

 

성숙의 불씨
 290호 2012. 8. 21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요즘 꼬마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싫은데, 내가 왜? 얼마 줄건 데?”라는 표현이 있다. 무엇을 묻거나 일을 시키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이들은 재미로 말하고 있지만 그 말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논리로 모든 것을 거래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요즘 인터넷으로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을 검색하면 대략 다음의 8가지의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행복한 가정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좋은 침대는 살 수 있지만 단잠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책을 살 수는 있지만 지식은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지위는 살 수 있지만 존경은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약을 살 수는 있지만 건강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피를 살 수는 있지만 생명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섹스는 살 수 있지만 사랑은 살 수는 없습니다.”

  최근 모정당의 공천헌금 파문을 보면서 “돈으로 지위는 살 수 있지만 존경은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충고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가치의 영역에 속한다. 아무리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분명 돈으로 거래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달빛 은은한 밤에 소리 없이 내려지는 오동 꽃을 보면서 생멸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파악하는 실마리를 보는 사람의 안목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가격은 얼마일까?

  청소부에겐 지고 있는 오동 꽃은 쓰레기일 뿐이다. 상품가치가 전혀 없다. 그러나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은 져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물러나는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인격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기의 이익과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문명사회의 민주시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하버드대학교의 샌델(Michael Sandel) 교수가 지난 6월 1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보여준 토론식 강의가 흥미롭다. 그는 “시장경제와 시장사회는 다르다”고 말한다. “시장경제가 경제활동을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전 세계에 많은 번영과 부를 가져왔다면, 시장사회는 거의 모든 것이 거래대상이 되면서 돈과 시장의 가치가 삶의 모든 부문과 방식을 규정짓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시장은 물질적인 재화의 거래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교육, 의료 접근권, 시민권 같은 영역에서는 돈과 시장의 가치가 되레 보호돼야 할 더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거나 밀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정치의 목적이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권리의 틀을 정하는 게 아니라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좋은 자질을 배양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따른다. 정치의 목적은 더 좋은 삶을 위한 공동선의 함양에 있다고 한다. 공동선이 무엇인지는 사회마다 다를 것이다. 오늘날 병역의 의무나 납세의 의무 같은 것은 개인의 합의와 무관한 민주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며 공동선일 것이다.

  공익이나 공공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나 생각이 공적 토론의 중심에 있느냐를 살펴보면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번영하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다가오는 12월의 대선이 우리사회의 공익이나 공공선에 관한 공적 토론의 시험장이 되길 희망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사)평화통일국민포럼 이사/홍보위원장

·철학문화연구소 계간『철학과 현실』편집위원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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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you can't buy with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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