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별차를 담은 주전자/이기혁

일산테스 2012. 7. 31. 10:35
 
별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동으로 만들어진 주전자의 그릇이
너무 작아서 별의 순수함을 담기에는 살아온 세월이 너무도 짧은
주전자로서는 힘이 부쳤는지 주전자의 배가 터질 듯 빵빵해졌다
촉촉하게 젖은, 노란색으로 빛나는 별의 액체는 태초의 순수함을 간직한 듯
환하게 빛났고 주전자의 콧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별의 비밀이 앙큼하다
 
이제, 하늘에서 태어난 별들을 유리잔에 담아 마실 준비가 된 나는
주전자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별을, 조심히, 조심히 잔으로 흘려보낸다
별을 담은 주전자는 곳곳에 녹이 슬었다
그러나 녹은 별로 끓인 차를 더욱 그윽하게 하는 감미료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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