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설마 신드롬’과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

일산테스 2015. 8. 5. 13:11

 

 

성숙의 불씨
 
 441호

2015. 08. 04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설마 신드롬’과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

 

 

  20여 년 전,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통해, 우리사회의 대형 참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재해였음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 바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의 안전도는 어떠한가? 전혀 변한 바 없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와 올해 ‘메르스 사태’의 전말을 보게 되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대형 참사 1건이 발생하기 전, 현장에서 먼저 신호를 보낸다. 29건의 경미한 사건 사고들이 징조처럼 나타나 경고를 한다. 사람들은 ‘설마?’하고 넘어간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300여 회의 여러 조건과 원인들이 아무런 자각 증세 없이 반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 ‘하인리히법칙’이다.

 

  프랑스 식용 개구리는 온도에 민감하여 조금이라도 더운 물에 넣으면, 신속하게 튀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에서 조금씩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이에 만족하고 길들여져서 자기도 모르게 삶아죽게 된다. 안전 불감증이 안전 무시 증세로, 더 나아가 대형 참사로 발전하는 현상도 이와 동일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을 '설마 신드롬'이라 부르고자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이러한 말들은 한국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초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상식을 지키지 않고, 원칙을 무시하는 우리의 관행을 말한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말하며 무심코 하는 행위의 무서운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행위 하나가 가져 올 결과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한 사람이 한 번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다 해서 교통질서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동시에 신호체계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머리의 오류'(the fallacy of the bald)를 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법과 규정이 어떤 행위를 허락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시에 그렇게 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금지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각자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사회는 '준법 투쟁'이란 말이 통하는 사회이다. 택시기사나 버스운전기사들의 임금인상 요구 협상안에 ‘준법 투쟁’이란 말이 들어간 적이 있다. 임금인상이 관철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규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도 못할 것이다. 운행속도를 준수 할 것이며, 배차시간과 탑승인원도 모두 규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장한 일인가? 그러나 사측에서 보면 회사의 수익금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노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설마 신드롬’에서 파생되는 한국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국가 안보에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KBS 주말 드라마 ‘징비록’과 MBC 월화 드라마 ‘화정’을 보면, 국가의 지도급 인사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안보관과 도덕적 타락이 백성들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를 알 수 있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 역사적 현실과 위기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임란 직전의 시대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가정, 학교, 사회가 한 방향,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교육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고, 국가 공권력은 기초질서 파괴 행위를 엄단하고, 생활안전, 산업안전, 국가안보를 보장해야 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사)평화통일국민포럼 이사/홍보위원장

·(사)한국청소년육성회(일산지구회) 회장

·철학문화연구소 계간『철학과 현실』 자문위원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집필위원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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