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울돌목(鳴梁)의 기적[성숙불씨 390호]

일산테스 2014. 8. 17. 12:37

성숙의 불씨

 390호

2014. 8. 12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울돌목(鳴梁)의 기적

  영화 ‘명량’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417년 전 이순신 장군이 진도와 해남 화원반도 사이의 협수로 울돌목에서 왜적선 330여척을 맞아 판옥선 12척으로 맞서 싸워 이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이기도 하지만, 명량대첩이 스크린으로 되살아나 울돌목의 기적을 생생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한산대첩은 4대 세계 해전사의 하나로 각국 해군사관학교에서 소개하기도 하지만, 명량대첩은 서양 학자들에게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전쟁이다. 12척의 전선으로 330여척과 맞서 싸워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하는 것을 그들은 한국인의 허풍정도로 이해하려고 한다.

  1597년 7월 16일과 9월 16일 2개월은 조선과 일본의 역사를 완전히 바꿀 수 있었던 운명적인 시간이었다. 7월 16일 원균 통제하의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수장당하고 전멸한 치욕의 날이다. 일본이 계속해서 서진하여 서해로 북상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여기서 막을 내렸을 것이다. 승리에 도취된 일본 수군은 시간을 지체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이 조선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활을 쏘는 조선 육군은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초기 파죽지세로 반도 조선을 유린하고 명을 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 수군이 군량미와 보급품을 싣고 금강, 한강, 대동강 등지에 하역해야 하는 데 번번이 이순신의 조선 수군에 의해서 남해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유년 재침에서 일본의 전략이 바뀌었다. 이순신을 제거하고 한강 이남의 조선을 강점하는 것이다. 이중간첩 요시라(要時羅)를 통해 이순신 함대를 부산포 앞 넓은 바다로 유인하여 섬멸하려 했는데 이순신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선조의 왕명을 거역하는 결과로 정유년 2월 이순신은 파직 당하고 한양으로 압송된다.
  조선의 주 전투함인 판옥선은 배 밑이 평평하여 속도를 낼 수 없으나 낮은 물길도 안전하게 다니며 길목을 지키고 화포를 장착하여 함포사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왜선 안택선은 속도위주로 장거리 운행을 하도록 배 밑이 뾰쪽하게 설계되었다. 화포를 장착하면 배의 복원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총으로 무장하고 속도전으로 붙어 단병전을 구사한다.
  수적으로 열세인 조선 수군이 왜적을 맞아 싸울 수 있는 곳은 견내량, 노량, 명량 등 바다 협곡으로 배들이 1~3열종대로 통과하게 함으로써 수적 우세를 감소시키는 한편 매복하고 있다가 유인하여 사거리 900m 총통으로 연속 사격함으로서(배를 돌리며) 당파하며 사거리 250m의 조총을 무력화시킨 다음, 100m 유효사거리의 활로 적 병력을 제압하는 제승불패(制勝不敗)작전을 구사했다.
  영화 ‘명량’의 치열한 전투장면 보다는 당시 조정의 안이한 안보의식과 리더십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수군을 폐하고 육전에 참가하라는 왕명을 이순신은 고민했다. 왕명의 거역은 곧 죽음이다. 정유년 1월 부산앞바다 출동하라는 왕명을 거역한 이순신의 딜레마는 결국 죽음이었다. 넓은 바다로 수적으로 열세인 수군을 출동시키는 것은 치고 빠지는 적의 작전에 말려드는 셈이다. 속도가 느린 조선수군은 시간이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수적 열세로 전멸하게 된다. 원균이 판옥선 포함 전선 236척을 수장시키고 전멸한 것처럼. 왕명을 거역하면 이순신 혼자만 죽는다. 그러나 왕명을 따르면 부하와 백성이 함께 죽는다. 이순신의 윤리적 결심은 뻔했다.
  그런데 명량에서 이순신은 또다시 왕명을 거역하고 신화를 만들어 낸다. 이순신은 울돌목의 조류가 6시간마다 바뀌는 시간과 길목을 정확하게 이용하여 양적 열세를 질적 우세로 바꾸어 싸웠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전환시키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보고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이순신이 사람들의 편견과 당시 조성의 부조리와 싸워서 이긴 전쟁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적이 이 땅에 다시 재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사)평화통일국민포럼 이사/홍보위원장

·(사)한국코칭연구원 부원장/마스터코치

·철학문화연구소『철학과 현실』편집자문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운영위원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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