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이 혼인서약은 세상의 조건을 두고 사람과 사람끼리 하는 거래나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혼인거래서나 혼인계약서라고 볼 수 없다. 혼인서약은 신랑과 신부 두 사람 간에 하는 인간적인 약속이 아니라 하늘에 두고 하는 사랑의 맹세인 것이다. 곧 아가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서약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혼은 천륜지대사(天倫之大事)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늘이 명령하지 않는 한 이 두 사람을 아무도 갈라놓을 수 없으며, 세상의 그 누구도 이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이혼이 급증하면서 가족제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해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로, 이는 미국 51%, 스웨덴 48%에 이어 세계 3위이며,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미국을 곧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경제적인 상황, 성격차이, 고부갈등, 외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결혼식에서 했던 혼인서약의 내용과 의미를 모두 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례를 보면서 늘 이 혼인서약서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아가페 사랑을 실천하는 부부가 되기를 권면한다. 아가페 사랑의 실천방법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영어 문장 “I love you."의 이니셜 문자 8개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I(Inspire warmth.), L(Listen to each other.), O(Open your heart.), V(Value your union), E(Express your trust.), Y(Yield to a good sense.), O(Overlook mistake.), U(Understand difference) 등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 특히 어머니의 마음에서 아가페 사랑을 본다. 눈빛도 말투도 항상 따듯하며, 자식의 말에 공감하며 감정과 의도까지도 듣는다. 열린 마음으로 자녀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모든 것이 잘될 것이며 언젠가는 자녀가 잘 할 것이라는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며 피그말리온 효과와 로젠탈 효과를 도모한다. 좋은 뜻으로 충고하고 실수는 용서해주고 서로 다른 점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이해해주는 관용의 마음이 혼인 서약서에서 말하는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아가페 사랑을 혼인서약에서 한번 맹세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의 솔선수범에서 그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혼인 서약에서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가정에서 부모의 언행으로 자녀들이 배우고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