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꽃이 지는 이유

일산테스 2009. 6. 12. 07:07







    꽃이 지는 이유
    석류나무는 절대로 저 혼자 자라지 않는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석류나무는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함께 자란다고. 키가 고만고만한 여린줄기들이 나무 밑동에 오종종 모여 있는 석류나무를 보는 일은 때로 슬프다. 먹여 살려야 할 식솔이 많이 딸린 가장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새끼들은 어미의 뿌리에서 나온 것들인데, 어미가 취해야 할 양분을 빨아먹고 자란다. 인간 세상이든 나무의 세상이든 도대체 자식들이란 그렇게 ‘싸가지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미 석류나무한테서 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그 어린것들을 이따금 잘라 주어야 한다. 매정하고 아까운 일이지만 할 수가 없다. 석류꽃도 그렇다. 여름날 석류나무 아래 한번 가서 보라. 꽃받침에서 떨어져 나온 석류꽃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을 것이다. 만약에 꽃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그게 모두 주먹만한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해 보라. 나무는 괴로울 것이다. 나무는 너무 괴로워서 서 있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땅바닥에 떨어져서 말라 가는 석류꽃들은 생존 경쟁에서 뒤진 못난 꽃들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석류꽃들은 가지에 남아 있는 석류꽃들을 위해 흔쾌히 떨어져 준 것이다. 가을날 입을 쩍 벌리며 알을 내뱉을 석류를 위해 사라져 준 것이다. 땅에 떨어진 석류꽃들 때문에 석류는 열리는 것이다. - 안도현(시인)





배경음악 : I Understand / G-Cle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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