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구용(九容)의 덕(德)이 필요한 시대

일산테스 2022. 8. 23. 13:53

자고로 인물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다. 신언서판에서 신(身)은 외모를 뜻한다. 신체에서 풍기는 진정한 의미의 풍모와 자세를 말한다. 언(言)은 언변을 뜻한다. 말을 함에 있어서 이치에 맞고 자신을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솜씨를 의미한다. 서(書)는 글씨다. 글씨는 곧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는 거울이다. 판(判)은 판단력이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신언서판은 사람의 내면세계와 외면세계를 평가하는 판단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신언서판은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를 임명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 척도는 오늘날에도 인재 등용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유학 교육의 첫걸음은 소학(小學) 공부에 있었다.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의 대학(大學) 공부에 앞서 천자문 공부와 함께 일상생활의 예의범절, 수양을 위한 격언, 충신·효자의 사적 등을 공부하면서 유교 사회의 도덕 규범 중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배우는 인성교육을 받았다.

 

율곡 이이(李珥, 1536~1584)는 소학 공부로서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아홉 가지 몸가짐(구용, 九容)’이 가장 중요하고, 배움에 나아가고 지혜를 더하는 데에는 ‘아홉 가지 마음가짐(구사, 九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중에서 신언서판의 신(身)을 위한 지침이 구용(九容)인 셈이다. '아홉 가지의 몸가짐', 즉 구용(九容)의 내용은 "걸음걸이는 무겁게 하고[足容重], 손은 공손하게 가지며[手容恭], 눈은 바르게 뜨며[目容端], 입은 다물고 있으며[口容止], 말소리는 조용히 하며[聲容靜], 머리는 곧게 들며[頭容直], 숨소리는 정숙하게 하며[氣容肅], 서 있는 모습은 의젓해야 하며[立容德], 얼굴빛은 위엄이 있게 한다.[色容壯]"이다.

 

구용(九容)의 덕(德)이 삶의 질을 높이고 질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리처드 브레넌(Richard Brennan)이다. 그는 “바른 자세가 행복을 부른다.”라고 주장한다. 바쁜 현대인들의 몸에 축적되고 있는 불필요한 힘과 긴장이 나쁜 자세를 만들고, 그로 인해 쉽게 지치고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목과 허리 통증, 짧고 힘없는 호흡, 만성적인 피로감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자세 개선 필독서가 리처드 브레넌의 저서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최현묵/백희숙 역, 2012)와 『자세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최현묵 역, 2013)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자세는 몸의 치유 과정에 꼭 필요하며, 질병 예방을 돕는다고 한다. 좋은 자세는 피로, 근육의 긴장, 통증을 줄이며 근육과 관절을 자연스럽게 정렬시키며, 몸의 모든 기능뿐만 아니라, 감각과 생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생로병사의 비밀> “건강한 삶, 신체 각도에 답 있다.”(KBS 1TV, 2022, 7.6 방영)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올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별히 질병이 있거나 다친 것도 아닌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체형 변화와 통증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몸의 정렬이나 신체 각도의 이상 유무이다.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우리 몸에서 한 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절이나 복부 내 있는 장기들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위별로 제자리를 지키고 각도를 유지해야 할 우리 몸에서 각도가 무너지고 결국 신체 균형까지 잃는 이유를 밝힌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에서 운동과 건전한 놀이보다는 교과서의 형식논리와 분별지를 위해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스마트 폰과 씨름하면서 그들의 자세가 망가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모두 구용(九容)의 올바른 자세를 실천궁행(實踐躬行)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불씨>를 지핀다.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성숙의 불씨’ 800호 원고(2022.08.23.)

구용의 덕이 필요한 시대(성숙불씨800호).hwp
0.09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