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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효과’의 문제점

일산테스 2020. 2. 11. 03:37

 ‘가스라이팅 효과’의 문제점

 이택호(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은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특권과 반칙의 기득권자 구태정치인에 대한 물갈이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낙후된 한국의 정치문화에 실망하고 있던 대다수 국민에겐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모 정당의 인재영입 2호 젊은이가 전 여자친구에 의한 ‘미투 의혹’ 신고로 입당이 좌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위 ‘가스라이팅’의 문제가 세상에 두루 알려지게 되었다. ‘미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노리개 취급하였으며, 여성 혐오와 ‘가스라이팅’으로 괴롭혔다”라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펜앤드마이크 뉴스, 2020. 1. 29)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우리말로 풀어 설명하자면, 주입식 전세역전 현상이다.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상대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예속하게 만드는 행동을 일컫는 심리학의 용어이다. 이를 ‘가스등 효과(gas-lighting effect)’라고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주도하는 가해자 A가 피해자 B에게 B의 소신이나 주체적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틀렸다고 반복적으로 주입해 B의 자신감을 떨구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A의 뜻에 따르거나 A에게 의존하도록 유도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세뇌를 이용한 정서적 학대와 예속인 셈이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있어서 ‘미투 의혹’의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펜앤드마이크> 뉴스를 종합하면, A의 성도착적 가혹 행위를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B의 정상적인 행위를 괴벨스의 선전 선동의 조작수법으로 계속 왜곡하여 B가 이상한 여자가 되었다. 인격적인 존중과 사랑을 받고 싶은 여인의 마음이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 B는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다.  
 
자! 그러면 이러한 가스라이팅과 같은 주입식 전세역전의 효과가 남녀의 관계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병리적 현상일까?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이 용어가 부각 되었지만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꽤 많이 사용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수법이다. 
 
뭘 하든 통제가 필요한 집단에서는 가스라이팅을 통해서 개개인의 자율적인 의지와 반항을 꺾는데 특히 가정, 학교, 군대, 직장, 사이비 종교 단체 등에서는 인간이 구성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집단이라는 원초적인 특징과 더불어서 외부 사회가 간섭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약점을 이용해서 지배 위치에 있는 A에 의해서 가스라이팅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토론과 비판을 금하고 죄악시하는 폐쇄적인 이념 교육이나 사이비 종교의 권위주의와 잘 어울려 쉽게 발생한다.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나 신념을 지속적으로 강요하여 “악을 선으로, 선을 악으로, 어둠을 빛으로, 빛을 어둠으로, 쓴 것을 단 것으로, 단 것을 쓴 것으로” 믿게 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아인슈타인의 교육 평가의 공정성 원리에 따르자면, 모든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든 천재적 소질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물고기를 나무에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으로만 평가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면 천재는 바보로 살아가는 가스라이팅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의 공정성을 무시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논리로 우리는 쉽게 세뇌하기도 하고 그렇게 당하기도 한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의견의 불일치보다는 주관적 태도나 감정에 의한 의견 불일치의 경향이 우세한 것이 한국의 토론문화의 현실이다. 논점의 시비선악보다는 반대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자기주장의 약점을 감추고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며 공격한다. 이번 4.15총선을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국민을 오도하고 선동하는 정상 모리배를 심판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 한국 철학문화 연구소 <성숙의 불씨> 670호 원고(2020.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