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이 집에 놀러오면 좋고, 놀다 가면 더욱 좋다는 말이 있다. 오랜만에 아파트에 놀러온 손주들을 보면 반갑고 좋은데, 집안의 고요와 질서는 무너진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면 놀수록 어른들의 스트레스는 늘어만 간다. 집안 정돈이야 다시 하면 그만이지만 애들이 소리 지르며 뛰는 모습은 참기 어려운 소란이다. 손주가 셋이나 있는 필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웃 주민들에게는 층간소음이라는 스트레스를 주며 불편한 관계를 유발한다. 층간소음은 주차시비와 더불어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층간소음(層間騷音)은 다세대 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 공해이다. 층간소음은 화장실 물소리, 바닥충격음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대화소리, TV 소리 등을 총칭하여 부르는 것으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71%로 가장 많고, 악기 소리와 가구 끄는 소리가 2%대로 그 뒤를 잇는다는 보고가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소호하거나,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 건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주택건설 기준(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호)은 소음크기(충격음 최대 58데시벨 이하)나 벽두께(210mm) 가운데 하나만 충족시키면 된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면, 바닥재나 벽두께 등 기준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 이미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건축 소재들이 개발돼 있지만, 비용 증가를 우려한 건설사들의 반발로 기준 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업자들의 도덕성을 기대하기보다는 법과 규정의 엄격한 적용이 절실하다 하겠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웃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경우에는 ‘이웃사이 센터’ 같은 전문가들의 중재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초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찾아 이웃과 소통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층간소음의 문제로 필자가 겪는 스트레스는 애들이 뛰는 소리에 대한 아래층 입주자들의 신경질적인 반응과 항의이다. 경비실을 통하여 계속 항의를 한다. 애들이 놀러오면 바짝 긴장한다. 그래서 생각해난 방법이 애들과 침대위에서 같이 뒹굴며 노는 것이다. 씨름도 하고 목마 태우기도 한다. 먼지가 일지만 아래층으로 소음이 전달되지 않는다. 애들과 스킨십을 하고 놀다보면 애들은 땀을 흘리며 피곤해 한다. 목욕을 시키고 재우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러다 보니 윗집이 우리에게 주는 층간소음에 대한 나의 관대한 모습이 새롭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층간소음의 문제는 건설 시공업자들이 수요자의 삶의 질보다는 공급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그들의 기업윤리의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야만 먹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풍토가 문제이다. 성숙한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불씨가 되어야 한다. 층간소음문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