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과 모험생
요즈음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중의 하나가 ‘모험생’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확인해보니 학생들이 자작해서 부르는 랩 가사가 흥미롭다. “모범생 보다는 강인한 모험생 되고파. 명색에 꼴통 고시생 염색한 대가리 속엔 놀 생각뿐이야. 시험 그까짓 꺼 쯤이야 라는 나님의 말씀이야. 내 허세의 헛된 꿈이야.”
아마도 학업 성적이나 품행에 문제 있는 학생들이 더 쾌재를 부르며 이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SPAN>
필자의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는 학생,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학생이 칭찬과 본보기의 주인공이었다. 요즘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상대적 평가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엄친아’도 따지고 보면 ‘모범생’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성적우수, 품행 및 용모 단정, 수려한 용모에다가 스포츠 만능으로 칭찬과 동경의 대상인 모범생을 아들로 두었다면 그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롤 모델로 정해놓고 그를 본받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배워서 활용해야 했기에 교과서의 내용과 교사의 견해가 모범답안으로 제시되어야만 우등생이 될 수 있었다. 기존의 관습이나 관행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행동해야만 품행이 단정한 모범생일 수가 있었다.
시대는 변했다. 우리는 정보화․세계화의 시대를 산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삶의 패러다임이 통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그래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 고정관념이나 통념을 깨고 도전하는 모험정신이 특출한 학생이 존중되고 올바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학교서 배운 것이 더 이상 정답일 수 없다. 객관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전과 실패, 즉 시행착오의 교훈을 통하여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가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생’ 랩 가사를 부르는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초와 기본이 없는 모험은 위험하다고, 우선 모범생의 길을 간 후에 모험생이 되라고,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개념의 모범생인 ‘모험생’이 되어야 한다고.” 실력 있는 전문가의 자아실현과 도전정신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용기가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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