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자료

육사교훈에서 ‘仁’(Integrity)의 의미와 중요성

일산테스 2010. 4. 6. 12:27

‘智·仁·勇’에서 ‘仁’의 의미와 중요성
- 원칙과 명분에 부합하는 타인존중과 배려의 정신 담겨 -
이택호 (철학 교수 풍류)  
 
육사의 교훈 ‘智·仁·勇’은 육군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육사교육의 궁극적 목표의 실천적 표현이다. ‘智·仁·勇’을 중용(中庸)의 3달덕(三達德)이라 한다. 그리고 손자(孫子)가 강조하는 장수의 5대 덕목인 ‘智信仁勇嚴’을 핵심적 가치로 축약한 것이다. 현대적으로 응용한다면 지휘관, 혹은 군대 리더가  구비해야 할 인격적 특성과 능력의 총칭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仁’을 영어로 표현하면 ‘Integrity’이다. 왜 ‘성실’이나 ‘진실성’을 의미하는 말이 어떻게 ‘仁’과 연결되는가? ‘仁’은 원래 ‘인의(仁義)’의 정신을 함축한다. 사랑과 정의의 정신을 동시에 강조하기 때문에 맹목적 사랑이 아니라 원칙과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타인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담고 있다. 항상 원칙을 사랑하고 변함없이 타인을 존중하는 덕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仁’을 단지 ‘Love’나 ‘Benevolence’보다는 ‘Integrity’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진실성(Integrity)이란 본질적으로 도덕적 진실성을 의미하며 인간의 고결한 품성을 극찬하는 평가적 언어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기질’을 지닌 사람은 정직하고, 공명정대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뿐만 아니라 변함없이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면 ‘仁’의 덕목이 리더십에서 왜 중요한가? 장교가 리더다운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지덕체(智德體)의 3요소와 그 기능이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계급이 낮을 때는 부하들에게 행동과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는 ‘신체적 기술’(Physical Skill)이 지휘통솔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계급과 직책이 높아질수록 지혜롭게 판단하고 결심하는 ‘개념적 기술’(Conceptual Skill)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에 하자가 있으면 부하들의 마음에 리더의 도덕적 권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소위 ‘계급 값’을 못하는 리더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계급의 고하를 불문하고 아주 중요하고도 필요한 리더십 기술은 ‘대인관계 기술’
(Interpersonal Skill)이다. 위계질서의 상하는 물론 동료 간에도 이 기술의 핵심은 ‘仁’(Integrity)이다. 이 분야의 기술에서 탁월한 리더가 ‘덕장’(德將)이다.

‘智·仁·勇’ 중용(中庸)의 3달덕(三達德) 중에 ‘仁’에 문제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머리가 좋고 유식하며 일의 추진력도 훌륭하지만 덕(德)이 모자라면 어떻게 되는가? 즉 사랑과 배려, 도덕적 진실성을 함축하는 ‘Integrity’로서의 ‘仁’에 하자가 있으면, 아무리 업무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그는 교활한 리더나 무자비하고 난폭한 리더가 되기 쉽다. 병법의 고전인 《육도(六韜)》 논장편(論將篇)에서는 장수의 5대 덕목 ‘勇智信仁忠’보다는 이들의 불균형과 부조화에서 발생하는 허물로서 장수의 10과(十過)를 더 경계했다.

우리 조상들이 훌륭한 인물이 되려는 사람에게 주는 촌철활인(寸鐵活人)의 교훈이 있었으니, 소위 ‘非人不傳, 不才勝德’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니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따라서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의 인재 교육관이다. 육사 교훈과 연계한다면 ‘仁’이 결여된 지혜나 용기는 위태롭다는 뜻이다.

업무 추진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그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부하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에 결함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 육사가 생도 훈육에 있어서 타인 존중(Respect for Others)과 도덕적 진실성(Moral Integrity)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爲國獻身하는 정예장교 육성의 도장 花郞臺"

 


육사교가(정지되어 있음)